▲출처=셔터스톡

영국의 비만 인구 비율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영국 공중보건국(PHE)은 성인 하루 권장 칼로리 섭취량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PHE는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남성은 매일 약 2,500kcal, 여성은 약 2,000kcal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맞추려면 점심과 저녁식사 칼로리 섭취량이 각각 600kcal, 아침식사 칼로리는 400kcal를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영국 국가통계청(ONS) 추산에 따르면 영국인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평균 50%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고 있다. 새로운 자료에서 영국 남성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하루 1,000kcal 이상을 더 섭취하고, 여성은 약 800kcal를 더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이 먹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섭취한 칼로리에 대해 실제와 거리가 멀게 보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망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게으른 뚱보로 여겨지지 않기 위해 실제로 섭취한 칼로리에 대해 사실대로 말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PHE는 골칫거리로 떠오른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만간 칼로리 계산 캠페인을 출범할 예정이다. 다만 하루 섭취 권장량에는 변화를 주지 않을 방침이다.

ONS는 4,000명 이상의 영국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참가자들에게 4일 동안 섭취한 음식의 칼로리를 모두 적어보라고 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이 추산한 음식 섭취량과 칼로리 섭취량 간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참가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남성 참가자들이 하루에 섭취한 칼로리는 평균 2,065kcal였고 여성들은 1,570kcal였다. 이대로라면 남녀 모두 일일 권장 칼로리(남성 2,500kcal, 여성 2,000kcal)를 한참 밑도는 수준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남성 참가자들이 섭취한 하루 평균 칼로리는 3,119kcal, 여성들은 2,393kcal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결과는 영국인들이 하루에 섭취한 칼로리를 실제보다 적게 계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편 영국이 비만 위기에 처한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영국 성인 3명 중 2명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다. 아동의 경우에도 3명 중 1명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상태로 초등학교를 졸업할 정도로 비만 문제가 심각하다. 영국 국가비만포럼(National Obesity Forum)의 탬 프라이는 오는 3월 PHE가 칼로리 계산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지침은 아침식사를 400kcal, 점심 및 저녁식사를 각각 600kcal로 제한할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프라이는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는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터무니 없는 시도라고 인정했다. 비현실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편 PHE는 하루 권장 섭취량은 영국인들이 섭취하는 칼로리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과학적인 방법보다는 경험적인 방법에서 도출한 지침(a rule of thumb)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건강전문가들이 확인한 바에 의하면 영국의 비만율이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는 원인에는 식습관의 변화, 1회 제공량의 크기 증가, 외식 증가, 간편조리식 • 정크푸드 • 스낵 섭취 증가가 포함된다.

운동 부족 또한 영국에서 비만 또는 과체중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많아진 이유이지만 무엇보다 고열량 식품 섭취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영국 가정은 평균적으로 1970년대에 비해 외식 횟수가 최소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들은 현재 다섯 끼 중에 한 끼는 밖에서 사먹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The Guardian)은 체중 감량을 시도하는 영국인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1997년 이 비율은 40%에 불과했으나 2013년에는 50%로 상승했다. 과체중 여부에 관계없이 체중을 10% 가량 감량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칼로리 섭취량을 실제보다 적게 보고할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영국의 비만 수준은 20년 동안 92%나 높아진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분석에서 드러났다.

[메디컬리포트=김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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