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공공의학회(회장 김석연, 이사장 이인영)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응해 지역감염을 막고 대유행을 저지하는 첨병으로서 공중보건의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이를 위해 전국에서 근무하는 보건소 의사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김인복 간사는 "의사 인력 관리 및 보건소 기능 개편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나아가 공공보건의료 질 향상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기 위해 코로나 19 발생 전후 보건소 의사들의 근무 여건에 대한 인식도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설문조사의 배경은 코로나19의 전세계적 유행으로 개인뿐 아니라 국가 방역 시스템과 보건소 업무 체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와 지역 공중보건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각 지역사회 보건소는 일반진료, 각종 건강증진사업, 만성질환 관리 사업, 돌봄과 방문건강관리사업등 다양한 보건 사업을 수행해왔으나, 코로나19 대유행을 기점으로 선별진료소 운영과 진단검사, 역학 조사, 방역 등을 중점으로 하는 감염 관리 기능을 최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2019년 말부터 2020년 9월 현재까지 코로나19 유행에 대처하기 위한 일선 보건소 의사의 역할 역시 변화했다.

학회는 2020년 현재 전국 보건소 및 보건지소에 근무하는 의사 (보건소장 104명, 일반직 64명, 임기제 254명, 공중보건의사 제외) 총 422명을 대상으로 2020년 7월 13일부터 8월 3일까지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설문방식은 대한의사협회에 면허 신고한 보건소 근무 의사 중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한 회원을 대상으로 대한의사협회에서 문자전송을 대행했다. (아래 표 참조)

설문조사 대상 중 23.5%인 99명이 설문에 답했다. 표본 집단 구성은 여성 55명/남성 44명, 직급별로는 보건소장 25명, 의무직 과장 13명, 임기제 의사 61명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시에서 61명, 인구 100만 이상 거대도시에서 11명, 50만 이상 100만 미만 대도시에서 11명, 50만명 미만 10만명 이상의 중도시에서 13명, 10만명 미만 소도시에서 1명, 농어촌에서 2명이었다. 근무기간별로는 5년 미만이 가장 많아 29명이었으며, 그 다음으로 20-30년 동안 근무한 경우가 24명이었다. 

조사 내용은 보건소 의사의 근무만족도에 대한 비교 및 요인별 분석으로, 급여 수준, 시간외 근무 수당 만족도, 근무시간 만족도, 업무 자율성 만족도, 환자와의 관계 만족도, 행정지원 만족도, 기기 및 장비 지원 만족도, 진료업무와 행정업무 간 균형 만족도, 공무원 직급에 대한 대우 만족도, 공무원으로서 승진기회 만족도, 지역사회 공공보건 부문 발전에 대한 기여 만족도 등을 확인했다.

또한 분석 방법은 ANCOVA(공분산분석)를 이용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이후 근무 여건을 비교하였고, Ordinal Logistic Regression(순서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이용하여 보건소 의사의 근무 만족도에 대한 요인분석을 수행했다.

분석 결과 공중보건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대유행의 최일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됨으로써 지역보건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업무와 역할에 대한 만족도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보건소장, 의무직과장의 행정 업무 부담 뿐 아니라, 선별진료소 및 진단검사, 역학조사 업무에 투입된 임기제 관리 의사들의 업무 부담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각 요인별 만족도는 대다수가 감소했다.  

특히 급여 수준과 진료 및 행정 업무 간 균형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학회는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지역 보건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업무 역시 폭주하고 있지만 보건의 들에 대한 처우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까지 지역사회 감염 관리의 범위와 수준은 더 이상 일개 직원이나 팀에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에 중점을 두었던 보건소 및 의사의 역할도 이에 따라 크게 변화하고 있다.

공공보건의료 분야 중 지역사회와 가장 가까이에서 기능하고 있는 보건소의 의사 인력은 현재 방역 역량을 지탱하고 있는 그물망의 기초일 뿐 아니라 차후 감염관리를 포함한 공공보건의료 발전의 핵심 인력이다.

따라서 보건소 의사의 업무 만족도는 업무의 지속성을 유지하고 공직의로서의 보람과 자긍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요소라고 설명했다. 

학회는 이번 설문조사는 "보건소 기능 및 인력 관리 개선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하는 데 좋은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설문조사 결과 보건소에 근무하고 있는 의사들의 업무 만족도는 낮은 편이며 특히 이런 불만족의 원인으로 꼽힌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급여수준이었다.

보건소 전체 업무를 관장하는 보건소장과 의료 및 감염 관리를 관장하는 의사 과장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한 반면 공무원 보수 체계의 한계 상 임기제 관리 의사보다도 더 낮은 수준으로 급여가 책정되어 있었다.  

또한 임기제 관리 의사의 평균급여 수준 역시 민간 병의원의 진료 의사에 비해 39%정도로 매우 낮았다.  

서울시 의무직 공무원 의료수당의 경우에는 2003년 책정된 이후 2020년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증가 되지 않았다.

학회는  "지역사회 공공보건의료 부문에서 필수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보건소 의사들의 급여가 낮은 것은 사기를 저하시키고 업무에 대한 보람을 느끼기 어렵게 하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진료 의사에서 일반 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의사 공무원으로 직능 전환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기도 하다.

지역 보건소 의사들의 고용 형태 또한 만족도를 저하시키는 중요 요인 이었다. 

2020년 4월 서울특별시 및 자치구 의사 공무원 인력 현황을 토대로 하면, 25개구 25명 보건소장 중 1/3이 넘는 9개구 보건소장의 고용 형태가 개방형으로 고용 불안정성이 보건소 직원에 대한 통솔력과 업무 연속성을 저해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각 보건소 진료 의사의 고용 형태 역시 임기제 공무원(5년)으로 계약 기간이 끝나면 근무 경력을 인정받지 못 한 채로 다시 재계약 되는 방식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그 밖에 원활한 인력 수급을 위한 보건복지부 및 광역자치단체와의 인력 교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39%, 보건소 소속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중앙 정부 부처로 이관하는 것에 대한 찬성 의견이 69.5%, 보건소의 일반진료 기능 폐지에 대한 찬성이 63.2% 등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감염 관리 및 방역 관련 업무의 비중이 커지는 데 따른 보건소 기능 및 인력 관리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건소는 공공보건의료체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지역사회 공중보건조직의 일부이기도 하거니와, 반복적인 감염 대유행에 대응하는 첨병 기능을 하고 있다.

한국이 코로나19 감염 대유행이라는 전세계적 이슈에 빠르고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실무의 최전선에 있는 보건소가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학회는 "특히 선별진료소 운영 및 진단검사와 역학조사에서 필수적인 기능을 하고 있는 보건소 의사 인력의 역할과 처우에 대해 다시 한 번 심도 있게 고민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질 높은 공공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 기반 마련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대책을 강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